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오시면 일년 내내 술(소곡주) 익는 냄새로 가득합니다
집집마다 항아리속에 술이 가득하고 살가운 인심도 가득하게 채워져 있으며, 한산 아낙네들중 열에 아홉은 소곡주를 빚을 수 있을 정도로 마을 전체가 백제 천오백년 전통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산소곡주는 몇 해 전까지는 우리 지역민들이 숨어서 빚고 감추고 팔던 그런 술이었습니다. 천오백년 백제명주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자부심 이면에 숨어서 술을 빚어야 하는 서러움이 있었습니다. 저희 양조장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저희 양조장의 시작은 조상을 섬기는 제사가 많고 술을 좋아하는 집안 내력으로 시작됩니다. 평소 술을 즐겨하시던 할아버지를 위해 할머니께서 가을에 추수한 찹쌀로 술을 내려 이듬해 1월까지 100일 동안 숙성하여 빚어, 집안의 제사때 제례주나 손님 대접술로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 집에서 술을 제조하는 것을 엄격하게 단속하였을 때에 밀주 단속이 나오기라도 하면 추수가 끝난 들판의 볏짚단에 술항아리를 숨겨 단속을 피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정부의 전통주 육성사업으로 한산소곡주가 지역특산주로 자리매김 하면서, 저희 양조장은 2014년도에 ‘충청남도지사 추천 지역특산주’로 추천을 받아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하였으며, 술을 즐겨하시던 할아버지를 위해 할머니께서 정성을 다하여 빚으셨던 비법과 조상을 섬기는 예(禮)를 이어 받아 우리술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으로 빚습니다.